자동매매 시스템을 처음 만들면 이런 기대를 하게 된다. "장이 열리면 알아서 종목 잡아주겠지." 근데 실제로 돌려보면 BEAR 장에서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 생긴다.
처음엔 좀 답답했다. 신호는 분명히 잡히는데 계속 차단만 하니까. 그런데 V4.14 로그를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. 안 사는 게 맞는 날이 있다.
3월 12일 새벽 3시부터 장 내내 로그에는 같은 줄이 반복됐다.
🔥 [CLUSTER_STATUS]
enable=True window=240s
events=0 unique_symbols=0
heat=0 need=2 regime=BEAR
🔥 [CLUSTER_STATUS]
enable=True window=240s
events=0 unique_symbols=0
heat=0 need=2 regime=BEAR
heat=0. 군집 열기가 0이다. 최소 2가 필요한데 0이면 그냥 시장 전체가 죽어있다는 뜻이다. 이 상태에서 개별 종목 신호가 아무리 예뻐도 사면 안 된다.
이 줄이 새벽 3시부터 장 마감까지 수십 번 찍혔다. 하루 종일 heat=0이었던 것이다.
🧭 BEAR 장에서 달라지는 것들
레짐이 BEAR로 바뀌면 GENIE는 두 가지를 바꾼다.
-
군집 최소 열기 기준 상향
NEUTRAL 장에서는 heat=3이 기준이다. BEAR가 되면 min_cluster_heat=2로 낮아진다. 얼핏 보면 기준이 낮아지는 것 같지만, BEAR 장에서는 heat 자체가 잘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통과가 어려워진다. 로그에 찍힌 것처럼 heat=0인 날은 기준이 2든 3이든 의미가 없다. -
E2 눌림 재돌파 가중치 강화
pullback_weight_mul=1.3— 약세장에서는 눌림목 패턴의 신호 강도 기준을 1.3배 높여서 더 명확한 신호만 통과시킨다. 애매한 신호는 걸러내는 것이다.
📊 V4.14 당일 차단 현황 요약
| 차단 유형 | 의미 | 당일 비중 |
|---|---|---|
| time_block | 시간 조건 미충족 | 압도적 다수 |
| cluster_block | 군집 열기 부족 | heat=0 지속 |
| regime=BEAR | 약세장 매수 기준 강화 | 하루 종일 유지 |
| 실제 체결 | — | 0건 |
※ GENIE V4.14 / 2026-03-12 로그 기준
하루 동안 체결 0건. 수천 번 스캔하고 수천 번 차단했지만 단 한 번도 실제 주문이 나가지 않은 날이다. 근데 이게 잘못 작동한 게 아니다.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.
💡 안 사는 것도 포지션이다
수동으로 매매할 때는 BEAR 장에서도 "뭔가 해야 할 것 같은" 압박이 온다. 가만히 있으면 기회를 놓치는 것 같고, 계좌가 노는 것 같고. 그 심리에 끌려 억지로 종목을 잡다가 물리는 경우가 많다.
자동매매는 그 심리가 없다. 조건이 안 되면 그냥 안 한다. 감정이 없으니까 "오늘 뭔가 해야 하는데"라는 생각 자체가 없다.
V4.14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한 날, KOSPI와 KOSDAQ은 둘 다 하락 마감했다. 그날 아무것도 안 한 게 가장 좋은 결과였다.
❓ Q&A
Q. BEAR 장이 너무 길어지면 시스템을 꺼야 하나?
굳이 끌 필요는 없다. 시스템이 알아서 매수를 차단하고 있으니까 돌아가게 두면 된다. 다만 BEAR 장이 수주 이상 이어지는 경우라면 BEAR 모드의 기준값(min_cluster_heat, pullback_weight_mul 등)을 더 타이트하게 조정하는 걸 고려할 수 있다. GENIE는 이 값들을 코드 수정 없이 설정 파일에서 바꿀 수 있게 구성해뒀다.
✍️ 5편을 마치며
BEAR 장에서 시스템이 멈추는 건 고장이 아니다. 설계대로 작동하는 것이다. 오히려 BEAR 장에서도 억지로 매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더 위험하다.
좋은 자동매매 시스템의 조건 중 하나는 "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"이다. V4.14는 그걸 꽤 잘 하고 있었다.
6편에서는 드디어 첫 실거래 체결 이야기다. V4.15에서 GENIE가 처음으로 실제 주문을 내고 와이지원 42주를 잡은 그 순간.
※ 본 글은 자동매매 시스템 개발 과정을 기록한 정보 제공 목적의 개발 일지입니다. 투자 권유나 수익 보장이 아니며,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